픽시, 즉 싱글기어 자전거의 심장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스램(SRAM)의 ‘옴니움(Omnium)’ 크랭크입니다. 한때 ‘국민 크랭크’라 불리며 입문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든 라이더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 전설적인 부품은, 그러나 이제 단종이라는 아쉬운 소식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신품 재고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중고 시세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옴니움의 시대가 저문 지금, 많은 픽시 라이더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옴니움을 대체할, 아니 그를 뛰어넘을 새로운 심장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옴니움의 왕좌를 이어받을 차세대 트랙 크랭크 TOP 3를 전격 비교 분석해 드립니다.
옴니움 크랭크는 왜 명작으로 불렸을까요?
새로운 대안을 찾기 전에, 먼저 우리가 왜 그토록 옴니움에 열광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옴니움의 성공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힘 손실 없는 압도적인 강성
옴니움 이전의 많은 트랙 크랭크들은 사각 비비(Bottom Bracket)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옴니움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외장 GXP 비비 시스템과 속이 빈 일체형 크랭크암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라이더가 페달을 밟는 힘이 비틀림이나 유격 없이 체인링에 온전히 전달되도록 하여, 폭발적인 스프린트나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압도적인 힘 전달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단하다’, ‘힘을 잘 받는다’는 평가는 바로 이 뛰어난 강성(Stiffness)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BCD 144, 무한한 확장성
옴니움은 트랙 자전거의 표준 규격인 BCD 144 사이즈를 채택했습니다. 이는 스기노 젠(Sugino ZEN)과 같은 최상급 체인링부터 다양한 디자인과 톱니 수(T)를 가진 애프터마켓 체인링까지, 거의 모든 트랙용 체인링과 완벽하게 호환된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라이더는 자신의 주행 스타일이나 취향에 맞춰 자유롭게 체인링을 교체하며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성능 대비 합리적인 가격
최상급 선수들이 사용하는 부품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옴니움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되었습니다. 이는 전문적인 라이딩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라이더나, 부품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 향상을 체감하고 싶은 입문자들에게 최고의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지였습니다.
포스트 옴니움 시대, 왕좌를 노리는 도전자들
옴니움이 사라진 지금,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여러 강력한 크랭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과 특징을 가진 세 가지 대표 주자를 소개합니다.
변치 않는 클래식의 품격, 스기노 75 DD2 (Sugino 75 DD2)
옴니움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트랙 크랭크의 교과서로 불리는 스기노 75. 기존의 사각 비비 방식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던 스기노 75가 외장 비비 시스템을 장착하여 ‘DD2(Direct Drive 2)’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 특징: 일본 장인의 정밀한 가공 기술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마감과 클래식한 디자인은 그 어떤 프레임과도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외장 비비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기존 스기노 75의 유려한 디자인은 유지한 채 옴니움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강성과 힘 전달력을 확보했습니다.
- 평가: 옴니움의 ‘강성’이라는 장점을 원하면서도, 클래식한 감성과 최상급의 마감 품질을 포기할 수 없는 라이더에게 최고의 선택입니다. 다만, 가격대가 옴니움보다 한 단계 위에 위치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술 혁신의 선두주자, 로터 알두 트랙 (ROTOR ALDHU Track)
스페인에서 온 하이엔드 부품 제조사 로터(ROTOR)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유명합니다. 로터의 알두(ALDHU) 트랙 크랭크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 특징: 100% CNC 가공된 7050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무게와 극강의 강성을 동시에 실현했습니다. 크랭크암, 스파이더, 액슬을 각각 분리하여 조합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으로, 라이더의 취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은 미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실제 성능 향상에도 기여합니다.
- 평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력과 최상의 경량성,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유니크한 디자인을 원하는 전문가 수준의 라이더에게 가장 강력하게 추천하는 모델입니다.
합리적인 이탈리안 워크호스, 미케 피스타드 2.0 (Miche Pistard 2.0)
이탈리아의 자전거 부품 명가 미케(Miche)의 피스타드 2.0은 옴니움의 ‘합리적인 고성능’이라는 포지션을 가장 성공적으로 계승한 모델로 평가받습니다.
- 특징: 옴니움과 마찬가지로 외장 비비 시스템을 채택하여 뛰어난 강성과 구름성을 제공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과 신뢰할 수 있는 성능, 그리고 앞선 두 모델에 비해 훨씬 접근하기 쉬운 가격대는 옴니움의 빈자리를 느끼는 많은 라이더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됩니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강조한 ‘피스타드 에어(Pistard Air)’ 모델도 함께 출시되어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 평가: 옴니움의 단종을 가장 아쉬워하는 라이더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만족스러운 대체품입니다. 뛰어난 가성비로 일상적인 라이딩부터 아마추어 시합까지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는 전천후 크랭크입니다.
한눈에 보는 차세대 트랙 크랭크 비교
구분 | 스기노 75 DD2 | 로터 알두 트랙 | 미케 피스타드 2.0 |
핵심 특징 | 클래식한 디자인, 일본 장인의 완벽한 마감, 외장 비비 시스템 | 초경량, 극강의 강성, 최첨단 CNC 가공, 모듈러 시스템 | 뛰어난 가성비, 신뢰할 수 있는 성능, 깔끔한 이탈리안 디자인 |
강성 | 최상 | 최상 | 상 |
무게 | 보통 | 매우 가벼움 | 가벼움 |
가격대 | 고가 | 최고가 | 중가 |
추천 대상 | 클래식한 감성과 최상급 퀄리티를 추구하는 라이더 | 성능과 경량화에 모든 것을 투자하는 전문가 및 상급자 | 합리적인 가격에 고성능을 원하는 모든 레벨의 라이더 |
나에게 맞는 크랭크 선택을 위한 최종 체크리스트
당신의 예산은 얼마인가요?
가장 현실적인 기준입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확실한 성능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미케 피스타드 2.0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부품을 원한다면 로터 알두나 스기노 75 DD2가 정답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시나요?
가벼운 시티 라이딩이 주목적이라면, 미케 피스타드 2.0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반면, 트랙에서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거나 격렬한 라이딩을 즐긴다면, 한계 상황에서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로터나 스기노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시나요?
자전거는 성능만큼이나 ‘감성’이 중요한 취미입니다. 클래식하고 유려한 곡선을 사랑한다면 스기노 75 DD2를, 날렵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에 끌린다면 로터 알두를,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미케 피스타드를 선택하는 것이 오랫동안 만족하며 탈 수 있는 비결입니다.
옴니움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그것이 트랙 크랭크의 발전이 멈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더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그리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새로운 크랭크들이 우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세 가지 모델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당신의 자전거에 새로운 심장을 이식하는 즐거움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